전신경화증(Scleroderma)과 함께하는 삶
두 번째 이야기 [ 전신경화증(Scleroderma) 새로운 가능성]
두 번째로 찾은 병원은 서울에 있는 S병원이었습니다.
큰 병원이라는 이유로 혹시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고
예약을 잡았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연세가 지긋한 여자 의사 선생님이 저를 맞이하셨고, 그분은 병원 내에서
명의라 불리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첫인상은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진료는 마치 일상적인 절차처럼 진행되었고, 의사 선생님의
권위적인 태도와 기계적인 말투는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를 처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픈 사람에게는 그 순간의 작은 공감이나 다정한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병에 걸린
후에야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 진료와 검사 ( 반복되는 절차 )
진료 후 곧바로 검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미 첫 번째 병원에서 받은 검사 자료와 영상 자료를 모두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검사를 다시 진행해야 했습니다. 왜 같은 검사를 또 해야 하는 걸까?
기존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병원 측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현실 앞에서 제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검사 비용도
부담스러웠지만, 혹시 더 철저한 검사를 통해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감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저녁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부터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습니다.
병원을 다녀오는 길은 항상 그렇듯 무거웠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감사 ( 경제적 부담 완화 )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 병원에서 산정특례를 신청해준 덕분에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고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되었습니다.
산정특례라는 혜택은 정부가 지정한 희귀질환으로 등록된 환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입니다.
이 혜택을 받게 된 사실은 제 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그렇다고 치료비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런 지원이 없었더라면 치료 자체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끼려고 했습니다.
검사 후의 피로감 ( 현실 )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무겁고 지쳐가는 것을 매번 느꼈습니다.
그렇게 첫 진료와 검사를 마친 후, 며칠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아 검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 병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다며, 당분간 지켜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정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곧 무너졌습니다.
증상의 악화와 새로운 시도 ( 어려움 )
약을 끊고 나니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붓고, 점점 뻣뻣해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계속 지켜보자고만 했지만, 제 몸은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 한의원도 가보고, 고압 산소치료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침을 맞고 한약을 먹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반신욕까지 해보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제 몸은 점점 더 나빠졌고, 증상은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가족과의 시간 ( 미안함과 아쉬움 )
2016년, 큰아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둘째 아들은 아직 어린아이였습니다. 아들들의 어린
시절에 함께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손가락이 뻣뻣해져서 아이들과 공 놀이조차 할 수 없었고, 몸이 아프니 자주 피곤해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아들들이 “아빠, 나랑 놀아줘”라고 말할 때마다 저는 “아빠가 좀 피곤해서, 다음에 하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아들은 그래도 혼자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아빠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작은 손으로 제 손가락을 만지며
“아빠 손 왜 그래?”라고 물을 때마다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그저 “아빠가 조금 아파서 그래,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몸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었고, 더 이상 이렇게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결심 ( 세 번째 병원에서의 치료 )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세 번째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무언가 달라질 수 있을까?
새로운 병원에서의 치료가 다시 저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컸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 번째 병원에서의 치료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세 번째 병원에서의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찾은 치료법이
과연 제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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